Archeological record
진화생물학 연구에서의 한계 및 대안:
고고학 자료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예술과 언어의 유구한 역사를 축소해 버릴 우려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 미술, 언어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그 시기에 그런 것이 아예 없었던 것처럼 여긴다. …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는 짜깁기 경향이 있으며, 또 매우 빨리 축적되고 있다. 새로운 발견이 옛 발견들에 입각한 해석을 송두리째 뒤엎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의 기원에 대한 물리적 증거들은 인간의 진화 이론을 세우는 가장 안전한 토대처럼 보이지만, 대체로 그것은 환상일 뿐이다. … 20년 혹은 50년 전에 나온 인간의 진화에 대한 이론들은 현재 대부분 아예 읽을 가치도 없다. … 아직도 의미가 있는 이론들은 진화생물학의 기본적인 원칙들과 인간의 마음에 대한 상식적인 관찰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 씌어진 마음의 진화에 대한 다윈의 생각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도 그가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을 매혹시켰던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과 살아 있는 고릴라의 발견에 과잉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된 화석보다는 오래된 선택압이 훨씬 더 중요하다. …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는 우리 조상들이 큰 뇌를 어디에 썼느나가 아니라, 큰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감당했는가를 밝혀줄 뿐이다. 지난 10년 동안 발견된 증거들은 우리 조상들이 고 에너지 식품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어떻게 진화시켰는지를 보여주었다. …
1980년대 이후 인간 진화 연구에서 DNA 증거가 화석을 비롯한 고고학적 증거들 못지 않게 중요해졌다.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인간 마음의 기원을 더듬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진화된 마음의 능력들은 화석이나 고고학적 기록은 남기지 않을지언정 유전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신경과학자들은 한 유전자가 생산하는 단백질이 뇌 발달과 뇌 기능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분석함으로써 어떤 유전자가 어떤 마음의 능력들에 관여하는지를 밝혀내기 시작할 것이다. … 이미 심리학자 로버트 플로민과 그의 동료들은 처음으로 극히 높은 지능과 관계있는 유전자(6번 염색체 상에 있는 IGF2R이라고 명명된 형태의 유전자)를 찾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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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자들은 우리가 다른 유인원들과 어떤 유전자들을 공유하는지에 대해서도 더 많은 사실들을 밝혀낼 것이다. 애틀랜타와 라이프치히의 연구소들은 벌써 침팬지 유전체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 마지막으로, 이미 멸종한 우리 화석 친지들의 DNA를 복구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다. … 5만년 이상 된 오래된 화석으로부터 DNA를 복구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은 약 3만년 전까지 살았으며, 스반테 페보가 이끄는 독일 연구팀이 네안데르탈인의 팔뼈로부터 DNA 조각을 회수하는데 성공한 적도 있다.
—p40-48, The mating mind